변신·시골의사 : 문예세계문학선 20
나의 삶은 태어남에 대한 망설임 이라고 했던 카프카는 마침표를 찍을 대답을 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출발이 될 질문을 하기 위해 글을 썼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친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소외를 매혹적인 상징과 암시로 표현해낸 카프카는, 자신의 고독을 다른 무엇과도 바꾸지 않았던 문학의 순교자였으며, 현대 소설의 진정한 창시자이자 완성자로 평가받고 있다. 등에 박힌 썩은 사과도, 얇게 먼지에 싸인 그 주위의 염증도 느끼지 못한 지 벌써 오래되었다. 말할 수 없는 동정과 애정을 느끼며 그는 가족들을 돌이켜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없어져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누이동생의 생각보다 훨씬 더 단호한 것이었다. 좀 와봐요. 저것이 뻗었어요. 저기 널브러져서 그만 뻗어버리고 말았어요! 죽었다니? 죽은 것 같습니다. ....(중략) 그러면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되겠구나. 잠자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슴에 십자가를 그었다. ― 본문 중에서저자 소개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7월 3일 프라하에서 태어나 1924년 6월 3일 프라하에 묻혔다. 14년동안 노동자 재해 보험국에서 법률가로 일하며 저녁이나 밤중에 틈틈이 글을 쓴 카프카는, 사후에 카뮈와 사르트르에 의해 본격적으로 발굴되어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1945년 이후에야 독일어권에서 재발견되었다. 히틀러 집권기에 원고가 압류·유실되고 세 동생을 비롯한 대부분의 친지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그의 생애는 명성에 비해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고전적인 독일어 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맑고 간결한 산문으로 씌어진 카프카의 소설들은 장편이건 단편이건 모두 풍부한 해석을 가능케 했다. 실존주의자들은 카프카 소설 속의 죄와 절망의 세계를 진정한 실존을 건설할 토대로 간주했고, 일군의 비평가들은 노이로제 증세를 보일 정도로 아버지에게 얽매여 있는 소설 속 상황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카프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회적 비판, 권력자와 그 대리인의 비인간성, 정상적인 일상 밑에 숨어 있는 폭력과 야만성을 강조했고, 초현실주의자들은 부조리의 끊임없는 침투를 작품 분석의 틀로 삼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성』『아메리카』『심판』『중국의 만리장성』등이 있다.